P. 청소년 문제

김원중 교수님이 쓰신 학교 폭력에 관한 고찰.

청소년지킴이 2006. 4. 7. 17:57

학교 폭력의 유형 분류와 원인 분석
                                                          김 원중(경남대 교수)

  학교 폭력은 크게 2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학교 주변 폭력’과 ‘학교 내  폭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학교 주변 폭력’이 관심의 주 대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학교 내 폭력’이 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두 유형은 가해자의 신분, 폭력 이유나 목적, 폭력 양상 등에서도 크게 다르다.
  ‘학교 주변 폭력’은 주로 학교 중퇴자나 불량학생에 의해서 자행되며, 주 목적은 금품 갈취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돈을 빌려달라며 소액을 갈취’, ‘폭행 및 금품 갈취’, ‘착용하고 있는 유명 의류,신발,가방 절취’, ‘집단 폭행’, ‘활동 무대 주도권 다툼’, ‘피해자를 협박해 집이나 부모의 가게에 들어가 돈을 훔쳐오게 하기’가 대부분이다. 범행 시간은 주로 학생들의 하교 시간대이고, 발생 장소는 학교 및 학원 주변, 주택가, 유흥업소 주변이다. 길 가다가 운 나쁘게 걸려서 한 두 차례 당하는 수도 있고, 같은 가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갈취당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들은 자기들끼리 두목과 부두목을 정하는 등 기성 폭력조직을 모방하기도 하고, 이미 성인 범죄 집단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보복행위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학교 내 폭력’은 그 형태가 꽤 다양하다. ‘학교 내 폭력’ 중 일부는 그 양상이 명백히 ‘학교 주변 폭력’과 같아 교내 불량학생에 의해 자행되며 그 목적은 ‘금품갈취’이거나 ‘주도권 다툼’이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 내 폭력의 주류가 아니다.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피해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25.4%),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29.9%), 교실에서(38.9%), 주먹으로(37.4%)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주된 대상은 신체가 허약하거나, 소심하거나, 성적이 안 좋거나,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복장이나 소유물이 특이하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전학왔거나 하는 등의 좀 만만한 학생이기가 쉽다. 그런 식으로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남학생 49.8%, 여학생 38.5%에 이른다(동아일보,1996년 7월 8일자 재인용).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가 소위 ‘우등생’이거나 ‘모범학생’일 때도 있다. 1995년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급우를 콤파스로 손등찍기, 라이터불로 손 지지기 등의 방법으로 집단 학대한 고등학교 1학년생 5명이 그 예이다. ‘학교(교실) 내 폭력’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청소년 중 학교 밖에서 폭행을 당한 사람보다 교실 안에서 당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며, 둘째, 같은 반 학생에 의해 자행되다 보니 지속성을 갖게 되기가 쉽다는 점이고, 셋째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목적이 없이 오직 약자를 괴롭히는 재미 때문이라니 그 ‘가학성’이 더욱 섬뜩한 것이다.
  원인과 양상이 다르다면 대책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불량청소년에 의해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주로 학교 주변 폭력)의 경우라면, 일단은 색출하여 처벌하는 ‘제압적 방법’을 택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여러가지 정부 대책, 즉 ‘학교담당 검사제?학교담당 경찰관제’의 시행, 검찰청의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전개, 경찰청의 ‘학교 폭력사범 집중 단속’,‘학교폭력 신고센터’ 설치, ‘학교폭력근절 대책협의회’ 구성 , 학부모의 ‘학교순찰단’ 발족, 등과 같은 방안은 ‘제압적 방법’에 속한다. 참고로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금품갈취 등과 같이 돈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는 청소년은 1975년 14,885명, 1993년 10,840명으로 근래에 들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1995 재인용).
  그렇다면 ‘학교(교실) 내 폭력’의 대책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1995년 ‘한국의 교육지표’를 보면 청소년의 범죄 또는 비행 동기로서, 1976년에는 ‘유흥비 마련’(12.5%)이 가장 많았으나, 1995년에는 ‘유흥비 마련’은 4.9%로 줄어든 반면 ‘우연’이 28.6%로 가장 많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우연히’ 자행되는 폭력이다 보니, ‘특별한 대책’도 강구되기가 어렵다. 이 문제는 ‘대증적?즉각적?단기적’ 방안으로는 해결이 안될 것이다. 우선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러한 생소한 폭력현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적합한 해결책도 찾아질 것이다.
  ‘학교 내 폭력’의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짚어볼 수 있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폭력 행위는 내면에 쌓여있는 ‘공격성’의 발로인 바, 우리 청소년들 마음 속의 ‘공격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공격성 유발의 원인으로는 다시 ‘욕구 좌절’과 ‘피습’을 들 수 있다. 즉, 자신이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 경우이거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먼저 공격을 받게 될 때 공격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폭력 유발의 상황적 요인은 ‘폭력의 빈번한 목격’과 ‘폭력을 인정하는 문화적 풍토’이다. 폭력이 일어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 사람은 그만큼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져서 자신도 쉽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며,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그 사회의 문화가 폭력을 문제 해결방식의 하나로 인정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 미화하고 있다면, 폭력자는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게 됨으로써 폭력은 더욱 빈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교실 내 폭력 증가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먼저 우리 청소년들의 내면에 갈수록 더 많은 ‘좌절감’이 쌓여가고 있으며, 또한 외부로부터도 신체적이거나 심리적으로 더 많은 ‘공격’이나 ‘모욕’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점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현상적으로 볼 때 그 추론은 옳을 가능성이 높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청소년들의 ‘좌절감’은 다름 아닌 ‘공부’, ‘시험’, ‘성적’, ‘대학 진학’으로부터 온다. 서울 YMCA의 조사(1991년)에 의하면 중고등학생 중 74.4%가 가출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으며, 그 원인은 66%가 ‘시험 부담’과 ‘성적’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서울시 교육연구원, 1992 재인용).
  ‘피습’은 무엇인가? 매 맞고 모욕받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계속 매 맞고 모욕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가정폭력(부부간,부모-자녀간)은 미국의 3.5배에 달하며(옥선화,정민자,1993년), ‘사랑의 매’라고 미화되어 자행되는 교사에 의한 학생 구타는 중국 조선족 학교에 비해 무려 10.6배나 많다(한양대학교 의대 김광일 교수의 조사결과. 조선일보, 1996년 8월 28일자 재인용).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의 동료 구타나 가학 행위가 ‘아무런 이유’ 없이 ‘우연히’ 저질러지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그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정도의 높은 성적 달성과 일류 대학 진학을 끊임없이 요청 받으면서 내면에 엄청난 ‘좌절감’을 쌓아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자주 매를 맞으며 자랐을 뿐만 아니라 부모간에도 서로 폭행이 자행되는 끔찍한 장면을 줄곧 보아 왔고, 학교에서도 역시 ‘시험 성적’에 따라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며 수시로 폭행을 당해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그 많은 폭력 현상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왔다. 개인적으로는 ‘좌절’과 ‘피습’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상황적으로는 가정과 학교에서 늘 ‘폭력’을 목격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모방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는 ‘폭력을 허용하는 정도를 넘어 미화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으니,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폭력에 물드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결과일 뿐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학교 교실 내에 만연하고 있는 청소년 간의 폭력은 제압적인 방법만으로 단기간 내에 줄일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가정의 부모와 학교의 교사가 먼저 폭력을 버리지 않는 한, 어느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자행된 폭력이든 그것은 가장 비열한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마음에 새기지 않는 한, 그리고 공부만을 강조하면서 능력에 닿지도 않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성적에 따라 사람을 차별 대우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교 폭력 역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참고 문헌

옥선화,정민자(1992). 결혼과 가족. 서울:하우.
동아일보, 1996년 7월 8일자.
서울시 교육연구원(1992). 학생상담의 이론과 실제. 서울:교육연구원.
조선일보, 1996년 8월 28일자.
통계청(1995). 통계로 본 한국의 발자취.
한국교육개발원(1996). 1995년도 한국의 교육지표.
홍대식 편저(1997). 사회심리학. 서울:청암미디어.